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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여성핫라인] ‘동의 없는 성관계는 폭력’이라는 말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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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경  KAN-WIN  옹호 상담가 

게렛 신학교 목회 상담학 석사, 게렛 신학교 목회신학 박사과정
(상담 문의: 24시간 핫라인773-583-0880)  

‘동의 없는 성관계는 폭력’이라는 말의 의미

미국 정부는 2001년부터 여러 비영리단체가 협력하여 4월을 공식적으로 ‘성폭력 인식 및 예방의 달 (Sexual Assault Awareness Month, SAAM)’ 로 지정하고, 성폭력의 위험성을 알리고 예방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성폭력은 상대방의  “동의” 없는 성관계, 그리고 성과 관련하여 물리적, 정신적, 정서적 피해를 입히는 모든 행위를 의미하고, 강간, 성추행, 성희롱, 디지털 성범죄, 데이트 폭력, 성 착취 등 다양한 형태로 정의됩니다. 수년 전에 밴더빌트 대학교의 철학 교수 켈리 올리버는 뉴욕타임스에 “동의 없는 성관계는 없다. 폭력일 뿐이다 (There Is No Such Things as ‘Nonconsensual Sex.’ It’s Violence.” 라는 제목의 글을 썼습니다. 이 글에서 켈리 올리버는 성관계는 ‘동의’가 핵심이고 동의 없는 성관계는 폭력일 뿐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2010년 예일대에서 한 그룹의 남학생들이 “No means yes, yes means anal (아니오는 긍정을 의미하고, 긍정은 항문을 의미한다)” 고 외치며 기숙사를 행진하는 사례를 들며 성폭력을 대하는 위험한 시각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의 또 다른 기사, “전문가들이 강간범에 대해 알아낸 것 (What Experts Know About Men Who Rape)” 에서는 강간범들이 여성이 거부를 하는데도 성관계를 했지만, 강간은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동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동의 없는 성관계는 폭력이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이것은 성적인 행위가 상호 동의 없이 이루어질 경우, 개인의 신체와 자기 결정권을 빼앗는 행위이기 때문에, 성관계에는  반드시 자유롭고 자발적인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강간이나 성추행이 명백한 신체적 폭력인 것은 물론이고, 피해자가 저항할 수 없는 경우, 예를 들면 음주나 수면 상태, 약물에 취한 상태이거나 상대가 미성년자일 경우에는 동의가 성립될 수 없으므로 폭력에 해당합니다.

그러면 성관계에서  “동의”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성관계에서 동의는 자발적이고 명확해야 하고, 침묵하거나 거부하지 않았다는 것이 동의로 간주되면 안 됩니다. 협박이나 압박에 의해 강요되어서는 안 되고, 한번 동의 했어도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습니다. 성관계를 ‘차를 권하고 마시는 것’에 비유하여 서로 동의하는 성관계’란 무엇인지 알기 쉽게 설명한 동영상이 여럿 있어서, 그것을 글로 풀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제가 본 영상의 제목은 ‘서로가 동의하는 섹스하기 어렵지 않아요!’ 입니다. 이 영상에서는 성관계를 차 (tea)를 만드는 과정으로 설정해보라며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예를 들면, 상대방에게 ‘차를 마시고 싶은가?’ 물어 볼 때, 상대방이 ‘좋아’라고 말하면 상대방과 차를 마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방이 ‘아니’ 라고 말하면, 차를 억지로 마시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처음에는 마시겠다고 했다가 나중에 마음이 바뀌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미 차를 끓였더라도, 상대방이 더 이상 마시지 않겠다고 하면 억지로 마시게 하면 안됩니다. 술에 취하거나 잠든 사람, 정신을 잃은 사람은 차를 마실 수 없고, 그런 사람에게 억지로 차를 마시게 하는 것은 당연히 안됩니다. 또 예전에 한번 차를 같이 마셨다고 해서, 계속 차를 마시겠다고 동의 한 것은 아닙니다. 친절한 문자를 보냈다는 것이 상대가 나와 차를 마시겠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상대방이 차를 좋아한다는 것이 나와 함께 차를 마시고 싶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차를 마시겠냐는 질문과 성적 동의를 비교하는 이 비유는 매우 효과적으로 ‘동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차를 권하는 사람과 차를 권유 받는 사람이 권력 관계속에 있는 경우는 ‘동의’ 의 의미가 좀 더 복잡해 집니다. 만약 이 차를 권하는 사람이 직장 상사라면, 그래서 차를 거절 했을 때 불이익이 있다면, 이럴 때는 ‘동의’ 개념의 해석이 달라져야 합니다. 권력 있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동의’가 강요될 수 있으므로 기꺼이 자발적으로 내린 ‘동의’인지 잘 살펴 보아야 하고, 권력이 있는 사람이 책임을 지도록 하는 문화가 정착될 필요가 있습니다.

성폭력은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따라서 누군가 성폭력을 당했다면, 그것은 피해자의 잘못이 아닙니다.  KAN-WIN 은 성폭력 생존자에게는 법적인 도움과 심리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동시에 공동체가 생존자에게 안전한 회복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KAN-WIN 24 시간 핫라인: 773-583-0880 / www.kanwin.or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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