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채규만 교수] 건강한 이민 가정 만들기 시리즈 2: 자녀들과 언어 장벽 넘어 소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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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규만 교수
한국 및 미국 임상심리 전문가 | 성신여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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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이민 가정 만들기 시리즈 2:
자녀들과 언어 장벽 넘어 소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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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에서 부모들을 만나서 상담을 하다보면 많은 교민 가정들이 비슷한 고민을 나눕니다. "아이가 한국말을 점점 잊어가요", "영어를 못하니 아이 학교 일을 도와줄 수가 없어요", "집에서 대화가 안 통해요." 이민 가정에서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 가족 관계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언어 격차가 만드는 보이지 않는 벽
한국어와 영어 사이의 언어 격차는 가족 구성원 간의 정서적 거리를 만듭니다. 부모는 한국어로 깊은 감정과 가치관을 전달하고 싶지만, 자녀는 영어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것이 더 편합니다. 이 간극 속에서 부모의 사랑과 관심은 "잔소리"로, 자녀의 솔직한 감정은 "반항"으로 오해받기 쉽습니다.
임상 현장에서 만난 한 가족의 경우, 10대 딸이 학교에서 겪는 스트레스를 영어로밖에 표현하지 못했고, 부모는 그 깊이를 이해하지 못해 "그냥 공부 열심히 해"라고만 반복했습니다. 딸은 부모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꼈고, 부모는 딸이 자신들을 무시한다고 상처받았습니다. 언어 장벽이 마음의 장벽이 된 것입니다.이 경우에는 필자가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통역을 하면서 상담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자녀가 한국어를 잃어갈 때
자녀가 한국어를 잃어가는 것을 보며 부모들은 불안해합니다. 하지만 이때 "한국 사람이 한국말도 못하면 어떡하니!"라며 다그치는 것은 역효과를 낳습니다. 대신 한국어를 "써야 하는 의무"가 아닌 "쓰고 싶은 언어"로 만드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자녀가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를 함께 보거나, 한국 음식을 만들며 자연스럽게 한국어 단어를 사용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거 영어로 뭐라고 해?"라고 자녀에게 물어보면서 대화의 주도권을 나눠주는 것도 좋습니다. 한국어 학습을 강요가 아닌 문화적 정체성과 가족의 뿌리를 나누는 즐거운 경험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언어가 달라도 마음을 전하는 법
언어가 완벽하지 않아도 마음은 충분히 전달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서툰 언어로 전하는 진심이 더 깊이 다가갈 때가 많습니다. 한 아버지는 영어로 "I love you"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했지만, 매일 아침 출근 전 아들에게 그 말을 건넸고, 아들은 그 서툰 발음 속에서 아버지의 사랑을 느꼈습니다.
비언어적 소통도 중요합니다. 함께 운동하기, 요리하기, 산책하기 같은 활동을 통해 언어 없이도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감정 표현 카드나 이모티콘을 활용해 복잡한 감정을 간단하게 나누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오늘 기분이 어땠어?"라는 질문에 말로 설명하기 어려우면 표정 그림을 가리키며 대화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아주 중요한 결과는 부모가 영어를 잘 못해도 부모의 따뜻한 마음을 언어, 행동, 시간 공유로 표현하면 부모와 자녀 사이는 친밀하지만, 부모와 자녀 사이에 영어로 의사 소통의 문제가 없어도 부모가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면 부모와 자녀 사이에 거리감이 많았습니다.
이중언어 환경의 숨은 보물
언어 격차를 문제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이중언어 환경은 자녀에게 귀중한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 두 언어를 사용하는 아이들은 인지적 유연성이 높고, 문화적 감수성이 발달하며,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가족 내에서 "통역사" 역할을 하는 자녀들은 책임감과 자존감을 키울 수 있습니다. 물론 과도한 통역 부담은 피해야 하지만, 적절한 수준에서 부모를 돕는 경험은 자녀에게 자신이 가족에게 중요한 존재임을 느끼게 합니다. 또한 두 문화를 오가며 살아가는 능력은 글로벌 시대에 큰 자산이 됩니다.
함께 배우며 함께 성장하기
가장 아름다운 해결책은 함께 배우는 것입니다. 부모가 영어를 배우고, 자녀가 한국어를 배우는 과정을 함께 나누면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하게 됩니다. "엄마도 영어 단어 외우기 힘들어"라고 고백하는 부모를 보며, 자녀는 부모도 자신처럼 배움의 과정에 있음을 깨닫습니다.
매주 가족 언어의 밤을 정해 월요일은 영어로만, 수요일은 한국어로만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습니다. 서로의 실수를 비웃지 않고 격려하는 분위기를 만들면, 언어 학습이 가족의 유대를 강화하는 시간이 됩니다. 함께 한글학교나 ESL 수업에 다니며 응원하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마음을 나누는 것이 먼저입니다
언어는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완벽한 언어보다 진심 어린 마음이, 유창한 표현보다 함께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합니다. 서툴더라도 상대의 언어로 말을 걸어보려는 시도, 이해하지 못해도 끝까지 들어주려는 인내, 그리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언어 장벽을 넘는 진짜 다리가 됩니다.
시카고의 이민 가정 여러분, 언어의 차이로 힘들어하고 계신가요? 그 차이를 문제가 아닌 기회로, 좌절이 아닌 성장의 발판으로 바라보시길 권합니다. 두 언어, 두 문화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여정은 쉽지 않지만, 그 과정에서 가족은 더욱 단단해지고 풍성해질 수 있습니다. 언어 장벽을 넘어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그날까지, 함께 노력해 나가시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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