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마주하는 낯섦의 감각, “Enjoy Cha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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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런던디자인어워드 Gold Winner 2개 분야 동시 수상작
최악의 효율성이 가져다 주는 낯선 쾌락

한인 유학생 출신으로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예지 디자이너의 작품 “Enjoy Chaos”가 2023 런던 디자인 어워드 (2023 London Design Awards)서 Typography&Signage 및 Campaign/Advertising 두 분야의 Gold Winner 수상작으로 당선되는 영예를 누렸다.
런던 디자인 어워드는 전 세계의 뛰어난 디자인과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선정하는 국제 공모전으로, 창의적인 영향력을 시각화하는 데 있어 우수한 디자인을 선별하여 홍보하고 다양한 업계 내 특출한 인재를 발굴하여 명성을 선사하는 데 주된 목적을 둔다.

런던 디자인 어워드는 국제 에이전시의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와 아트 디렉터, 건축가, 인테리어 및 제품 디자이너 등 해당 분야/업계에서 경험이 풍부한 고위급 인사로 구성된 디자인 전문 인력 심사위원들의 투표를 통해 선정됐다. 다양한 산업 분야의 전문가들을 선별하고 그들의 뛰어난 업적을 인정하는 글로벌 조직 International Awards Association (IAA)의 대변인 토마스 브란트(Thomas Brandt)는 "디자인 업계가 매체의 경계를 넓히는 데 있어 보여준 놀라운 영향력이 끊임없는 영감을 준다”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디자인 산업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커뮤니티를 공동으로 육성하는 전 세계 디자이너들을 인정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런 관점에서 김예지 디자이너의 는 기존의 관념을 깨부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겠다는 혁신적인 선언이기도 하다. 타이포와 그래픽의 결합으로 매체의 경계를 돌연 삭제함과 동시에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와, 해석의 가능성을 무한히 확장한 것이다.
“Enjoy Chaos”는 숫자 넘버링 타이포 비주얼화를 통해 미술관에서의 관객 경험으로부터 오는 희망적 괴리를 표현한 프로젝트다.
이는 시간 표기의 효율을 위해 구조화된 숫자 체계와 가독성의 효율을 위해 발명된 San Serif체의 콜라보레이션으로, 각각의 숫자는 10개의 san serif체를 12개로 분해 후 다시 합쳐 만듦으로써 기존의 통념을 깨고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는 과정을 담아냈다. 서로 다른 형태를 하고 있음에도 동일한 대상을 수식하는 여러 글꼴을 사용한 것은, 숫자로 계산되는 매 분 매 초마다 10개의 자릿수로는 결코 다 표현되지 못하는 이면의 인간사들이 녹아 있음을 상징한다.
김예지 디자이너는 ‘미술관에서 맞이하는 시간적 자유 속에서, 인간은 그렇게 사회가 공고히 빚어온 통념의 무의미를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방문객들로 하여금 미술관에서만큼은 시간 감각을 상실하길 적극 장려하고, 효율 중심 사회에서 벗어나 오로지 자신의 시간에 집중하며 잠시간의 휴식을 취하길 권유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산업화 시대의 도래 이후 인간 사회는 ‘최고의 효율’을 추구하는 것만이 곧 최선의 결과를 창출하는 방식이라는 인식에 다분히 노출되어 온 바, 급변하는 시대 상황 속 시간 체계라는 도구의 역할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인류가 발전을 위한 유일무이한 자원이라 여겨 오던 시간 체계를 철저하게 망가뜨리며, 심지어는 공간 밖에 내던짐으로써 전에 없던 이상향을 발견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이려는 그의 시도는 그 어떤 것보다도 파격적인 도발이다.
김예지 디자이너는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되며, 심지어는 절약하며 살아야 한다는 강박적 사고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미술관이라는 공간은 시간에 쫓기던 현실에서 벗어나 오로지 공감각에만 몰입할 수 있는 곳”이라고 지적한다.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인간의 욕심으로 완성된 결과인 두 시스템이 만났을 때 탄생하는 최악의 효율성은 아이러니하게도 묘하고 낯선 쾌락, 즉 ‘Chaotic Good’을 선사한다. 이번 당선작은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조명하고 문제의식을 제기해 사고의 변화를 유도하려는 김예지 디자이너 특유의 디자인 철학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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